2017/10/21

말레이시아, 말레이 반도의 알프스 - 카메론 하이랜드(Cameron Highlands) 2

Sungai Palas Tea Estate의 모습, 당시는 필름 카메라로 찍어서 한국의 보성녹차밭 보다 규모가 작아 보인다.


'자연 속에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곳'


아침, 바람에 실려 산자락을 넘는 구름이 종종 걸음을 친다. 길 가, 레스토랑에서 따뜻한 'Teh Alia' 한 잔을 마신다. '타나 라타(Tanah Rata)'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백 여 마리는 될 듯한 제비들이 마치 박쥐떼 마냥, 낮 동안 비워두었던 둥지를 찾아 날아드는 모습이 보이면 어느덪 저녁... 서녁 하늘로 오른 달에 무지개(달무리)가 지면, 카메론 하이랜드에 밤이 깊어 간다.


여행 중에 가지고 다니는 일기장에 있는 내용을 옮기려다가, 이야기가 너무 늘어진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인트 별로 나누어 다시 써 봅니다. ㅠ.ㅠ


'가 볼 만한 곳'


1. 차 농장(Tea Estate)


말 그대로, 차를 재배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아왔던 우리나라의 밭의 개념과는 규모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몇 개의 구릉들을 뒤덮은 차 나무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히 장관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Tea Plantation'이라고 불렀는데, 물론 요즘도 그렇게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왠지 제국주의 식민지 냄새가 나서인지 요즘은 'Tea Estate'라고 부른다.


카메론 하이랜드가 1885년 영국인 William Cameron에 의해 발견된 인연에서 기인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곳의 농장을 소유한 사람들 중에는 유럽 출신들이 꽤 있다.


이곳에 있는 대규모 농장들로는 'Sungai Palas Tea Estate','Bharat Tea Estate',


'Boh Tea Estate' 등이 대표적이다. 차의 재배 면적이 넓다보니, 여기에 얽혀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농장에는 차를 가공하는 공장뿐 아니라, 학교와 사원까지 들어선 작은 마을도 있다.


각 농장들 주변에는 'Scenic Viewpoint'라고 해서 자연과 어울어진 이들 차 농장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적어도 한 두 개 이상 있다.


농장은 카메론 하이랜드의 중심지인 '타나 라타' 나 '브린창'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걸어서 구경한다는 건 무리고, 일일 투어에 참가하거나 택시를 한 두 시간 정도 렌트(운전사 포함 RM18$) 하는 것이 괜찮다.


차 농장의 모습

일일 투어는 요금이 RM15$로 아침 8시30분경에 시작하여 '장미 정원(Rose Garden)', '딸기농장', '차 농장', '과일시장', '꿀벌농장', '삼포사(Sam Poh Buddist Temple)' 등을 둘러 보게 된다(각 장소마다 바가지 상술의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


난 'Sungai Palas Tea Estate'를 두 번 갔었는데.. 한 번은 일일 투어로, 또 한 번은 택시를 대절해서 갔다. 투어를 참가했던 월요일은 농장에 있는 차 가공 공장이 휴일이란다. 그래서 핑계 김에 두 번...


'Sungai Palas'는 '브린창'에서도 한 참을 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 곳으로 향하는 도로는 외길이기 때문에 길을 잃을 걱정은 없다.


'브린창'에서 좀 더 올라가다 보면, 예전 우리나라 산골에서 볼 수 있던 천수답 모양의 채소밭들을 볼 수 있다. 한 뼘 한 뼘 자리잡은 채소밭의 풍경이 얼마나 앙증맞고 귀여운지 모른다.


점점 꼭대기에 가까워 질수록, 열려진 차창을 통해 묻어오는 은은한 차 향기가 짙어감을 알 수 있다. 지름 3미터 정도의 바위가 놓여진 정상에 도착하면 이제 목적지에 다 온 거다. 그 곳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아래 사진에서 처럼 마을이 나오고, 마을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차를 가공하는 공장과 전시관이 나온다.


가공 공장에서 우리가 마시는 차로 가공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사진에 담아 보았다.


차밭에서 딴 잎들을 모아서 공장으로 운반한 후 세척 등 가공 준비를 한다


찻잎을 분쇄하고 건조한다


건조된 찻잎을 분류하고 포장한다


차 가공 공장에서는 가이드의 안내를 받을 수도 있고, 혼자서 견학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가 마시는 차가 제품으로 나오기 까지의 과정은 이렇다.

아침나절에 찻잎을 따서(찻잎는 아침에만 딴단다, 그래야 맛과 향이), 자루에 담아 공장으로 실어 온다. 그리고는 공장 안으로 옮겨져 가공하기 위한 준비 단계를 거쳐, 커다란 그라인더(Grinder)에서 작은 입자로 갈아진다. 이 과정에서 차 고유의 향(Aroma)을 얻게 된다고 한다. 그 다음, 건조(Dehydration)와 발효(Fermention)을 하고, 그 후에 분류(Sorted & Sieved)를 통해 상품의 등급을 정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포장을 끝내면 완제품이 되는 것이다.

공장 옆에 있는 안내소를 겸한 전시실에서도 이곳에서 바로 생산된 차를 살 수 있지만 가격은 '타나 라타'와 차이가 없었다.

일일 투어로 갔던 곳 중에서 재미난 곳이 3곳 있었다. 장미 정원이나, 딸기 농장은 별 거 없었지만... 꿀벌 농장과 과일 시장, 그리고 삼포사는 꽤 흥미로왔다.


2. 꿀벌 농장(Bee Farm)

꿀벌농장의 코스모스와 그곳에서 만났던 한 그루의 무궁화

양봉 과정을 살펴 볼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입구에선 우리가 꿀을 먹을 수 있기 까지의 과정에 관한 설명과 함께 꿀물 시음이 있다. 벌통 입구를 부지런히 왔다갔다하는 꿀벌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기도 하고, 가까이 손도 대 보자. 직접 닿지만 않으면 벌에 쏘일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위에 사진에서 나온 것처럼, 이 곳에는 무궁화 한 그루와 100여평 정도 넓이의 땅을 뒤덮은 코스모스을 볼 수 있다.

카메론 하이랜드에서는 어디를 가던지 나팔꽃(모닝 글로리), 분꽃, 사루비아 등..,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을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더욱 친근감이 드는데, 그래도 무궁화와 코스모스를 볼 수 있는 곳은 여기 빼곤 없었음.


3. 과일 시장(Vegetable Market)

사진을 찍어 오지 못해 아쉽지만, 특별한 건 없고... 그저 작은 과일 야채 시장일 뿐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Love Fruit - 애정과(愛情果)'라는 이름의 이 곳 특산 과일을 맛 볼 수 있다. 생긴 건, 우리나라 석류나 자두랑 비슷한데 꼭지 부분을 입으로 물어... 구멍을 내서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먹는다. 맛은 새콤달콤...

[추가] 얼마 전에 우연히 알 게 된 사실인데, 제주도 북제주군 한림읍에서 재배되는 '백년초'라는 이름의 손 바닥 선인장의 열매가 위의 '애정과'와 모양이 흡사하더군요. 백년초의 여러 가지 효능 중에 성인병 예방, 정력 증강이 포함되어 있어서 아마도 그곳에서 '애정과'라고 불리나 봅니다. 참고로 카멜론 하이랜드에서는 '신선초(神仙草)'라는 이름으로 선인장을 재배하는 농장이 몇 군데 있습니다.

 
4. 삼포사(Sam Poh Temple)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절이다. 그곳에 가면 절이 2군데 있는데,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절의 형태를 갖춘 사찰은 밑에 위치한 것으로 1971년에 지어지기 시작해 1975년에 완성된 것이고... 언덕 위에 위치한 목조 건물(위 사진 참고)이 1940년대부터 있었다는 좀 더 오래된 사원이다. 얼핏 봐도 예전 교회 모습이지, 우리의 관념 속에 들어 있는 절의 모습은 아니다. 심지어 옆에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종탑 역시 그러하다. 나선형 계단이 예술임 ^^


5. 파리트 폭포(Parit Waterfalls)


산책로 4번(Path 4)를 따라 가는 길에 있다. '타나 라타'에서 걸어서 15분여 정도.

밑에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폭포라고 하기엔 민망한 곳이다. 그저 가족들이나 어린이들 물놀이 하기에 적당한 곳이 아닐까 싶다. 내가 갔을 때는 비수기라 그런지 청소를 별로 하지 않아서 폭포 주변이 좀 지저분했다. 폭포로 가는 중간 공터에 작은 휴식 공원이 조성되고 있는 듯 싶다(현재 한창 공사중임).

폭포 가는 길에 놓여 있던 외나무 다리 - 지금은 없어졌겠지


6. 로빈슨 폭포(Robinson Waterfalls)

산책로 9번(Path 9)을 따라 로빈슨 수력 발전소 쪽으로 가는 중간에 있다. '타나 라타'에서 걸어서 30분 정도면 갈 수 있으며, 폭포의 높이는 10여미터도 채 되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삼림욕 삼아 걷기에 적당하고... 가는 중간에 넓직한 바위들이 널린 장소에서는 물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어가는 것도 운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밖에...' 


지금도 남아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Kumar Restaurant라는 식당이 있었다. 그곳은 '테 아리아(Teh Alia)'라는 회교도 차(Muslim Tea)가 특히 괜찮은 음식점이다. '테 아리아'는 따뜻한 홍차에 생강즙이 들어간 것으로 'Ginger Tea'라고도 한다. 'Roti Canai' 또는 'Roti Prata'도 잘 한다. 주인도 친절했고...  위치는 우체국과 병원 중간 쯤에 있었다.

'S.K. Convert'라는 곳에 올라가면 '타나 라타'의 전경을 잘 볼 수 있고... 성당과 유치원이 함께 있는 이곳의 건축물도 상당히 인상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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